영화 <파묘>는 관객 수가 천만이 넘으면서 크게 흥행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촬영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영화를 본 후에 느꼈던 장단점을 써보려 한다.
시나리오
‘화림’과 ‘봉길’은 이상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의뢰를 받아 미국으로 향한다. 그 집안에 새로 태어난 아기는 병의 대물림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화림은 먼저 아기의 상태를 본 후 집안의 장손인 ‘박지용’을 만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그녀는 조상이 묻혀 있는 묘의 자리가 문제의 원인임을 알아채고 묘를 옮길 것을 권했다. 이후 두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가 풍수지리의 전문가인 ‘상덕’과 장의사 ‘영근’을 찾아갔다. 화림은 의뢰한 집안의 사연을 말하면서 상덕과 영근에게 함께 묘를 옮길 것을 제안했고, 그들은 화림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후 네 사람은 묘가 있는 산으로 갔다. 상덕은 묘와 주변 환경을 살펴본 후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묘의 자리가 나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자리는 사람이 절대 묻힐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묘를 만든 것이었다. 불길한 자리에 있는 묘를 건드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우려한 상덕은 묘를 옮기는 것을 거부했다. 박지용의 간곡한 부탁과 화림의 지속적인 설득에도 불구하고 상덕은 계속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화림은 종교적 의식인 ‘굿’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묘를 옮기는 새로운 방안을 제안한다. 결국 화림의 설득으로 상덕은 다른 방안에 따라 묘를 파서 새로운 위치로 옮길 것을 결정한다. 그런데 묘를 파서 시신이 든 관을 꺼낸 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네 사람은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다.
촬영지
영화는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촬영됐다. 첫 번째, 조상의 묘가 있는 위치는 ‘부산광역시 기장군’이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묘가 있는 자리를 나무로 둘러싸인 곳으로 구상했다. 그래서 기장군의 도움을 받아 지역의 부지에 심어진 주변의 나무들을 옮기고 직접 흙을 쌓아서 촬영장을 만들었고, 실감 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번째 새로운 묘의 위치는 ‘강원도 고성시 향로봉’이다. 영화 후반부에 아픈 봉길을 제외한 세 사람은 또 다른 묘를 찾아간다. 이 묘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묘이다. 묘를 찾아가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 바로 ‘강원도 고성시 향로봉’이다. 즉, 세 사람이 묘를 찾기 위해 비장하게 오르는 산이 바로 향로봉인 것이다. 장재현 감독은 풍수지리 전문가들에게 ‘한반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곳이 어디인지 물었는데, 모두 ‘강원도 고성시 향로봉’을 지목했다. 향로봉은 백두대간의 최북단에 있는 봉우리이다. 또한, 향로봉은 민간인 통제구역이기 때문에 1년에 한 번만 개방한다. 세 번째, 주인공들이 막강한 적과 싸우는 장면은 ‘전라남도 담양군’에서 촬영됐다. 이 장면에는 거대한 나무가 나오는데, 적과 싸우기 위해 행해지는 종교적 의식의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나무는 ‘전라남도 담양군’의 대나무숲에 둘러싸여 있으며, 오래됐다는 특징이 있다.
영화의 장단점
<파묘>는 오컬트 장르의 영화로서 무서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오컬트 요소를 한국의 역사, 전통에 접목하여 영화를 만든 시도는 신선했다. 하지만, 영화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단점은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레이션이다. 내레이션은 영화의 도입부, 중반부, 후반부에 골고루 나온다. 자주 나와서 영화 전개가 더 늘어지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내레이션의 내용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불필요한 내용이 더 많았다. 소재와 등장인물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됐지만, 영화 전개에 꼭 필요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단점은 후반부이다. 영화의 도입부에서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종교적 의식을 행하는 장면도 강렬함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충분히 끌었다. 중반부에서는 숨겨진 진실과 악한 존재가 드러나며, 무섭고 기괴한 장면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후반부는 도입부, 중반부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으며, 전개는 너무 길고 지루했다. 도입부에 악한 존재가 일으키는 문제들이 중반부에서 해결됐으나, 후반부가 시작하면서 새로운 악한 존재가 발견된다. 새로운 악한 존재와 싸우는 과정에 후반부를 온전히 할애하기 때문에 전개는 지루하면서 복잡해지고, 자세히 해줘야 할 설명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관객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