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영화가 부진했던 2022년에 나온 영화 <헤어질 결심>은 다른 한국 영화들과 달리 흥행에 성공했고, 관객들과 평론가의 호평을 얻었다.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감독은 202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감독과 전반부를 소개하고,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을 구체적으로 써보려 한다.
감독의 특징
영화 <헤어질 결심>의 감독은 박찬욱이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중 한 사람으로서 많은 성과를 냈다. 그가 연출한 작품으로는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박쥐>, <친절한 금자 씨> 등이 있다. 그의 데뷔작은 흥행하지 못했으나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가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박찬욱’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게 된다. 2003년에는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하여 만든 <올드보이>가 흥행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는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한편, 그의 작품들은 소재, 연출 방식 등의 여러 측면에서 상업 영화보다는 예술 영화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주로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등장인물들이 사회적 금기를 깨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고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들도 자주 나온다. 그리고 작품의 소재뿐만 아니라 연출 방식도 독특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영화를 연출할 때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영화 속 장소와 배경들은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미학적이고, 영화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 장면의 전환도 다양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헤어질 결심>에서도 이러한 특성들이 잘 드러난다.
전반부 전개
부산에서 형사로 근무하고 있는 ‘해준’은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빠르게 승진한 실력 있는 경찰이다. ‘해준’은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여러 번 깨는 불면증을 앓고 있지만, 새벽에도 일하는 잠복근무를 자발적으로 하고 형사 업무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아내와 떨어져 생활하는 성실한 경찰이기도 하다. 그는 늘 정장을 입고 구두처럼 생긴 운동화를 신은 채 일한다. 그리고 물티슈, 핸드크림 등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며 청결을 유지하고 똑바로 보는 것을 중요시하여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눈에 안약을 넣는다. 이러한 형사 ‘해준’은 한 남자가 산의 정상에서 추락하여 죽은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죽은 남자는 ‘기도수’라는 이름의 퇴직한 공무원이자 등산을 매우 좋아하여 산에 자주 오르는 사람이었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확인한 이후 ‘해준’은 죽은 남자의 아내인 ‘서래’와 만나게 된다. ‘서래’는 중국인이어서 한국어를 서툴게 구사하는 여자였다. 그녀는 중국에서 몸이 아픈 엄마를 돌보기 위해 간호사가 됐고, 엄마가 죽은 후 한국으로 왔다. 한국으로 온 뒤 그녀는 ‘기도수’와 결혼하고 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돌보는 간병인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한편, ‘해준’은 남편의 죽음에도 담담한 태도를 보이는 ‘서래’를 의심하고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에 대한 ‘해준’의 관심은 점차 커지고, 호감을 품게 된다.
흥행 요인
<헤어질 결심>은 뛰어난 작품성과 높은 완성도를 보인 영화이다. 탄탄하고 빈틈없는 각본을 통해 관객들이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에 완전히 이입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대사와 전개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고하는 복선을 배치했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결말까지 다 본 후에는 그 복선을 이해하고 영화의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의 또 다른 매력은 등장인물들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남자 주인공인 ‘해준’의 직업은 형사이다. 형사라는 직업은 과거의 많은 영화에서 다뤄졌고, 전형적인 특성이 있었다. 보통 영화 속 형사들은 움직이기 편한 옷을 입고 거칠게 행동하며 욕도 자주 한다. 그런데 ‘해준’은 다른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형사와 다른 인물이었다. ‘해준’은 항상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맨다. 그리고 용의자들을 거칠게 대하지 않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여주며, 곧은 자세를 유지한다. 이러한 특성은 ‘해준’이라는 인물의 매력을 더 부각한다. 관객들은 새로운 유형의 등장인물에 신선함을 느꼈을 것이다. 여자 주인공인 ‘서래’도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으로서 다른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등장인물이라서 신선했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기존의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 비교했을 때 다른 부분이 있었다. 과거에 나왔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은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장면들로 시선을 끌었다면, <헤어질 결심>은 그러한 장면들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